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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여섯 시, 조율사의 가방

데모 편집부|2026. 7. 27.
새벽 여섯 시, 조율사의 가방

20년째 피아노를 조율해 온 데모 박현수 씨의 가방에는 튜닝 해머만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세 대, 많으면 네 대의 피아노를 만나는 그가 가장 오래 쓰는 도구는 결국 귀와 시간이었습니다. 조율사의 평범한 하루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따라가 봤습니다.

가방부터 열어 보았다

20년차 조율사 데모 박현수 씨의 첫 일정은 오전 아홉 시입니다. 그는 그보다 세 시간 먼저 일어나 가방을 다시 쌉니다. 어제 쓴 도구를 빼고, 오늘 갈 집에 맞는 것을 넣는 일입니다.

가방 안에는 튜닝 해머와 뮤트 웨지, 굵기가 다른 펠트 바늘 몇 종, 소형 온습도계, 그리고 손전등이 들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자주 쓰는 것을 묻자 그는 손전등을 집어 들었습니다. "피아노 속은 대부분 어둡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판단할 수가 없어요."

첫 소리를 듣기 전까지가 절반

집에 들어서면 그는 바로 뚜껑을 열지 않습니다. 창문의 방향, 난방기의 위치, 벽과 피아노 사이의 간격을 먼저 봅니다. 온습도계는 도착하자마자 상판 위에 올려 둡니다.

"같은 기종이라도 놓인 자리에 따라 상태가 다릅니다. 조율이 얼마나 버틸지는 소리보다 환경이 더 많이 말해 줍니다." 그는 계기의 숫자를 수첩에 적고, 지난 방문 기록과 나란히 놓고 비교합니다.

그다음이 손님과의 짧은 대화입니다. 요즘 어떤 소리가 거슬렸는지, 주로 몇 시에 연주하는지, 이 방을 하루에 얼마나 오래 비워 두는지를 묻습니다. 답을 듣고 나면 작업 순서가 조금씩 바뀐다고 합니다.

두 시간, 대부분은 듣는 시간

한 대를 마치는 데는 두 시간 안팎이 걸립니다. 다만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은 핀을 돌리는 시간이 아니라 듣는 시간입니다. 한 음을 맞추고, 옆 음과 겹쳐 보고, 다시 처음 음으로 돌아옵니다.

중간에 그는 몇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쪽으로 걸어갑니다. 연주자가 아니라 듣는 사람의 자리에서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건반 앞에서 좋은 소리와 소파에서 좋은 소리가 늘 같지는 않습니다."

작업 중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끝나고 나서 길게 이야기합니다. 해머가 얼마나 눌렸는지, 어느 구간의 음이 특히 빨리 풀리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를 짚어 줍니다.

하루에 잡는 일정은 보통 세 대, 많으면 네 대입니다. 그 이상은 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동 시간을 빠듯하게 잡아 두면 앞 집에서 예상 못 한 문제가 나왔을 때 결국 어느 한쪽을 서둘러 끝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장 어려운 순간

가장 어려운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습니다. "지금은 손대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말해야 할 때요."

작업을 더하면 분명히 좋아지는 피아노가 있고, 비용을 들여도 예전 소리로 돌아가기 어려운 피아노가 있습니다. 후자를 마주했을 때 사실대로 말하는 일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부담스럽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 이야기를 해야 다음이 남더라고요."

반대로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도 있습니다. 몇 해 동안 방치돼 있던 피아노를 손보고 나서, 집주인이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앉아 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그 침묵을 가장 좋은 반응으로 꼽았습니다.

하루의 끝

마지막 집을 나서면 대체로 저녁 일곱 시가 넘습니다. 차에 앉아 그는 그날 만난 피아노의 기록을 정리합니다. 제조 연도, 실내 온습도, 다음 권장 시기, 그리고 짧은 메모 한 줄.

20년 동안 쌓인 기록을 왜 계속 적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다음에 그 집에 갔을 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려고요. 피아노는 한 번 보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니까요."

#조율사#현장#인터뷰#피아노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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