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해 만에 다시 뚜껑을 열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손을 놓았던 피아노를 서른 살에 다시 시작한 데모 정유진 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잘 치는 것보다 계속 치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이 겪는 첫 여섯 달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거실에 안 치는 피아노가 있었다
데모 정유진 씨의 집 거실에는 열두 해 동안 뚜껑이 닫힌 업라이트 피아노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손을 놓았고, 이사를 두 번 하는 동안에도 끝내 처분하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열게 된 계기는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피아노 위에 쌓인 책을 치우다가 건반 하나를 눌렀는데, 소리가 생각보다 많이 틀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나니까 그냥 두는 게 미안해지더라고요."
첫 달에는 손보다 마음이 굳어 있었다
조율을 마치고 처음 앉았을 때, 그는 예전에 외우던 곡을 절반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손가락이 굳은 것보다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마음이 더 큰 문제였다고 그는 말합니다.
"열여덟 살 때 치던 만큼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기준을 내려놓는 데 두 달이 걸렸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곡 전체 대신 여덟 마디씩 끊어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악보도 바꿨습니다. 예전에 쓰던 원본 대신 쉬운 편곡본을 먼저 익히고, 익숙해지면 원래 판본으로 옮겨 가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물러서는 것 같아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순서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하루 20분이라는 타협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매일 한 시간을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그는 기준을 하루 20분으로 낮췄습니다. 잘 안 되는 날에는 스케일만 치고 덮었습니다.
시간대도 옮겼습니다. 밤에는 소리가 신경 쓰여 손이 굳는다는 걸 알고 나서, 아이를 등원시킨 뒤 출근 전 20분으로 자리를 바꿨습니다. "아침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때가 방해받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라서요."
여섯 달이 지난 지금 그가 가장 달라졌다고 꼽는 것은 실력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건너뛴 날에도 죄책감이 안 들어요. 그게 제일 큰 변화예요."
들려주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가족 앞에서 치는 것도 처음에는 부담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이가 옆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 속도에 맞춰 반주를 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온라인 모임에 짧은 녹음을 올려 본 적도 있습니다. 틀린 마디가 그대로 남았지만, 돌아온 반응은 대부분 "저도 그 부분이 어렵다"였다고 합니다. 그는 그 말이 오래 남았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는 한 달에 한 번쯤 녹음을 남깁니다. 남에게 들려주려는 목적보다 지난달의 자신과 비교하려는 쪽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때는 안 들리던 게 다음 달에 들려요. 그게 생각보다 큰 보상이더라고요."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그는 두 가지를 권했습니다. 하나는 오래 세워 둔 악기라면 연습 계획보다 상태 점검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소리가 맞지 않는 피아노로는 연습이 즐거워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목표곡을 처음부터 크게 잡지 말라는 것입니다. "끝까지 칠 수 있는 곡 하나를 먼저 갖는 게 중요해요. 그 한 곡이 다음 곡을 데려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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