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들이기 전에 정할 것

피아노를 고르는 일은 대개 악기를 고르는 일로 시작하지만, 실제로 먼저 정해져야 하는 것은 놓을 자리와 예산의 구조입니다. 순서를 바꾸면 들어온 뒤에 자리를 억지로 만들게 됩니다. 구매 전에 짚어 두면 좋은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악기보다 자리를 먼저 정합니다
어느 방 어느 벽에 둘지 정하지 않은 채 악기부터 고르면, 들어온 뒤에 남는 공간에 억지로 밀어 넣게 됩니다. 피아노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옮기지 못합니다.
직사광선이 길게 드는 창가, 결로가 생기는 외벽 바로 옆, 냉난방기 바람이 곧장 닿는 자리, 주방 수증기가 도는 자리는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업라이트라면 벽에서 손바닥 하나 정도 띄워 공기가 지나갈 틈을 남겨 둡니다.
악기를 놓을 자리뿐 아니라 그 자리까지 들어오는 길도 함께 봐 두면 좋습니다. 현관문과 복도 폭, 계단의 꺾이는 각도는 운반 방법과 비용을 가르는 조건이 됩니다.
예산은 본체 가격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악기 값만 보고 결정하면 이후 순서가 꼬입니다. 운반 비용은 층수와 엘리베이터 유무, 사다리차 필요 여부에 따라 달라지고, 설치 후에는 대개 한 번의 조율이 뒤따릅니다.
의자와 커버, 습도 관리 용품, 그리고 해마다 반복되는 정기 조율까지가 실제로 지출되는 항목입니다. 처음부터 이 항목들을 한 줄로 세워 두면, 본체에 얼마를 쓸지도 훨씬 또렷해집니다.
업라이트와 그랜드 사이
두 악기는 크기보다 구조에서 갈립니다. 그랜드는 현과 액션이 수평으로 놓여 건반이 중력의 도움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같은 음을 빠르게 반복할 때 반응이 다릅니다.
다만 좁은 방에 큰 악기를 넣으면 소리가 벽에 부딪혀 오히려 부담스럽게 들릴 수 있습니다. 목표하는 연주 수준보다, 그 방에서 매일 몇 시간을 앉아 있을지를 기준으로 삼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중고를 볼 때 보는 것
중고 피아노는 연식보다 관리 이력이 중요합니다. 몇 년에 한 번 조율했는지, 어떤 환경에 놓여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 제조 연도를 확인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베란다나 습기가 도는 방에 오래 있었던 악기는 겉이 멀쩡해도 내부가 상해 있을 수 있습니다. 88개 건반을 하나씩 눌러 소리가 고르게 나는지, 페달이 제 역할을 하는지는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튜닝핀이 헐거운지 같은 부분은 눈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다면 조율사와 함께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도착한 날이 시작은 아닙니다
피아노는 이동하는 동안 온도와 습도, 진동을 겪습니다. 새 자리에 놓인 뒤 목재가 그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도착 당일보다 2주쯤 지난 뒤에 조율하면 결과가 더 오래 유지됩니다.
공동주택이라면 연습 시간대를 미리 정해 두는 것도 준비의 일부입니다. 소음을 줄이는 매트나 장치가 도움이 되지만, 이웃과 시간대를 먼저 맞춰 두는 쪽이 대체로 더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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